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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방문을 통해 한국문화의 영향력을 체감했습니다. 홍콩, 대만 등 아시아에서의 인기는 이미 실감하고 있었지만 푸른 눈의 젊은 동료들이 K팝 아티스트와 드라마 등 문화 컨텐츠에 열광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니 한국인으로서 뿌듯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습니다.

K팝 아티스트의 인기가 전 세계를 아우르면서 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은 급상승했습니다. 그러나 그 화려함의 뒷면엔 막대한 양의 앨범 쓰레기 배출로 인한 환경 오염이라는 어두운 이면이 존재합니다.

블랙핑크나 BTS 등 전세계 팬들을 대상으로 한 앨범 판매량은 수백만장을 쉽게 넘습니다. K팝포플레닛(지구를 위한 K팝)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앨범 총판매량은 2600만장이다. 팬들은 사인회나 원하는 멤버의 포토 카드를 얻기 위해 수십개의 앨범을 구매하지만 요즘 CD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거의 없기에, 남은 포장지와 CD는 바로 버리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소재의 CD는 생분해 불가능하고, 코팅된 종이도 재활용이 쉽지 않습니다.

앨범 판매로 수많은 쓰레기를 생산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고자 최근 주요 엔터테인먼트사들은 친환경 앨범 제작을 위해 FSC인증 용지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YG가 지난해 발매한 리사의 포토북, 송민호의 솔로 정규 3집 ‘투 인피니티’, 올 해 6월 발매한 위너의 음반, SM이 올해 3월 발매한 NCT 앨범에는 FSC인증 마크가 있습니다. 이 마크가 인쇄된 앨범은 종이의 원료인 나무가 환경과 사람을 책임 있게 돌보는 산림에서 왔음을 보장합니다. 그러나 FSC인증은 종이가 친환경적인 공정 과정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기에 추가적인 친환경 공정, 즉 쉽게 자연 분해되는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여 인쇄하거나, 휘발성 유기 화합물 배출이 없는 자외선 코팅을 사용하여 친환경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 공정은 두꺼운 코팅, 반짝거리고 선명한 색감 등, 심미적인 기준만 고려한다면 부적합한 제작기법입니다. 그러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기준을 우선시 하기에 적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던 과거에 비해서 엄청난 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지속가능한 원료의 종이로 앨범을 제작하는 것 보다 지구 살리기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K팝의 영향력을 통해 팬들에게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실천할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동참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숲이 줄어든다면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생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져 가게 될 것이고, 우리의 자식 세대에서는 지금 보다 훨씬 잦은 빈도로 물난리, 폭염, 혹한 등의 기후 변화로 고통받을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대중의 인식을 바꾸고 행동을 이끌어 내야 하지만 단 시일 내에 세계인의 인식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특히 환경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는 누구나 공감은 하지만 새롭거나, 재미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제도와 규제를 통해 강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고, 기업은 구매력을 통해 착한 소비를 주도할 수 있겠지만 대중의 자발적인 관심과 동참을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셀럽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산림 보호를 위해 앞장선다면 사랑으로서 대중들은 기꺼이 움직이고 행동할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부드럽고 강한 힘. 이것이 문화와 예술의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블랙핑크가 Cop26의 홍보대사로 제작한 동영상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영어, 태국어, 한국어로 대중들이 공감하기 쉬운 내용으로 소개하였고, 1,2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여, 이에 대해 영국의 총리가 감사편지를 쓰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광고나 홍보보다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블랙핑크를 비롯해서 우리에게는 수많은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함께 또는 제각각 숲의 중요성을 알린다면 기후 위기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 해도 인기는 유한한 우리의 삶과 함께 순간에 머물다 사라집니다. 인기의 정점에 있을 때 그 영향력을 대의를 위해 진정성 있게 사용한다면 그보다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한국의 주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FSC홍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올 한 해 YG 엔터테인먼트, SM 엔터테인먼트, 하이브가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하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산림 보호의 의미와 가치를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리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KPOP산업을 이끄는 기업, 그와 대비되는 산림을 보호하는 단체와의 컬라보레이션, 숲을 보호하고 지구를 살리는 일에 합심하기로 한 이들의 연합과 행보에 희망과 기대를 품어 봅니다.